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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어 잡담

최초의 문법서 '디오니시우스의 문법', '문법의 기술' 또는 '문법의 예술'

by 소포로스 2022. 3. 3.

 

단어의 역습, 최초의 문법서 '디오니시우스의 문법'  



1) 원래의 책 제목

유럽 언어 역사상 최초의 문법서는 디오니시우스가 기원전 2세기에 저술한 ‘문법 Τέχνη Γραμματική, Art of Grammar)’이라는 제목의 그리스어 문법서이다.  

그런데 이 제목에 문제가 있다.  

그리스인들은 지식을 2가지로 분류하였다.   
철학적인 지식은 소피아(σοφία)라고 불렀고, 실용적인 지식은 테크네(τέχνη, 로마인들은 ars라고 부름)라고 불렀다. 형이상학적 지식과 형이하학적 지식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물론 소피아는 단어 그 자체로는 고급지식이나 지혜 등의 뜻도 있고, 목공 음악 등의 기술이라는 뜻도 있지만, 테크네와 대비해서 사용할 때는 고급지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히포크라테스는 의술을 테크네의 영역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람마(γράμμα)는 ‘글자(letter)나 글’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제목을 그대로 직역하면 ‘글자와 글에 대한 실용적인 지식’이라는 뜻이며, 이를 줄여서 말하면 ‘문법’이다.

2) 단어의 역습

그런데, 그람마를 받아들인 라틴어나 영어는 그 자체를 ‘문법’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 듯 하다. 테크네 그람마티케? 그람마가 문법인데,  테크네, 니가 여기에 왜 있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문법’이 ‘문법의 기술’로 통용되는 현실을 디오니시우스가 알게 된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사족을 붙인 적이 없는데...'라고 할까? 더군다나 현대 그리스어에서도 그람마의 형용사 여성형인 그람마티케를 명사화시켜 '문법'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으니 더욱 난감할 것 같다.

우리라도 ‘디오니시우스의 문법’ 또는 ‘그리스어 문법’이라는 번역어를 쓰면 좋겠다. 기술문법(Descriptive Grammar)이라는 용어와 구별하기 위해서라도….

 

1883년에 라틴어로 출판된 Dionysii Thracis Ars grammatica의 속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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