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어 문법의 3대 영역 - 어형론, 구문론, 운율론
1) 문법이란
문법은 언어에 내재한 규칙을 정리한 것이다. 언어가 먼저 있고, 그 다음에 문법이 있다. 언어가 바뀌면 문법도 바뀐다. 문법이 언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언어의 변화가 문법의 변화를 이끈다.
2) 고대 그리스어 문법서의 특징
그리스어 문법서는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그리스어로는 각각 에튀몰로기아 ἐτυμολογία(etymology), 쉰탁시스 σύνταξις(syntax), 프로소이디아 προσῳδία(prosody)라고 한다.
(1) 어형론(Accidence, Words and Forms, Morphology)
어형론은 알파벳, 자음과 모음, 액센트, 발음규칙, 여러 품사의 변화형태, 어휘의 형성 등을 다루는 분야이다. 특히 인칭변화, 격변화, 성변화, 시제변화 등을 하는 명사, 형용사, 대명사, 동사 등의 형태(어형)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길고 단조롭고 지루한 부분이다. 어떻게 하면 핵심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으면서 간단하고 짧게 공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리가 흔히 기초문법을 공부한다고 할 때는, 바로 이 부분을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낱말은 문장 속에서 그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어형론을 공부하더라도 기초적인 문장을 같이 익히게 된다. 특히 최근에 나온 입문적 성격의 고대 그리스어 문법서들은 용법(구문론)을 좀더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여기까지만 공부하더라도 기본적인 문법지식을 획득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어형론은 영어로 Accidence(액시던스)라고 하는데, 이 표현은 좀 구식이라고 한다. 보통 Words and Forms(낱말과 어형)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어형론에 해당하는 용어로 Morphology(어형론)도 있는데, 이 용어는 주로 품사의 변화형을 가리키며 문법서 뒤쪽 부록의 변화도표의 제목으로도 많이 쓰고 있다.
어형론 부분을 세분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① 알파벳
② 음운론(Phonology) : 자음과 모음, 액센트, 발음규칙 등
③ 품사론과 어형변화론 : 격변화, 인칭변화, 품사 등
④ 어휘형성론 : 어간, 접두어, 접미어, 합성어 등
(2) 구문론(Syntax)
문법의 핵심은 구문론이다. 어형론은 구문론을 하기 위한 예비절차에 해당한다. 영문법에 익숙한 사람은 '구문론'이라는 말이 익숙할 것이며, 라틴어 등을 공부한 사람들은 '문장론'이라는 말이 익숙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장은 'Sentence'가 아니라 Syntax(신택스)이다.
구문론은 여러 문장 성분들이 문장 안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정리한 것이다. 여기서 격의 용법, 명사의 용법, 형용사의 용법, 동사의 용법, 부사의 용법, 주절과 종속절 등등 문법의 핵심적인 내용을 다룬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구문론 역시 관건은 핵심적인 내용을 얼마나 간단하고 짧게 익히느냐에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말이 먼저이고, 말이 존재한 다음에 문법이 있는 것이다. 한국어 문법을 잘 모르면서도 한국말을 익숙하게 하고, 영문법을 세세히 모르면서도 영어책을 곧잘 읽어내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그리스어 문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외국어 공부의 목표는 문법이 아니라 언어이며, 읽고 듣고 쓰고 말할 수 있으면 문법은 몰라도 된다. 특히 고대 그리스어 공부의 목표는 읽기에 방점이 있다. 문법공부는 어디까지나 문장을 이해하는 보조수단일 뿐이다. 역으로 말하면 글을 잘 읽고 쓰고 말할 수 있으면 문법을 별도로 공부할 이유가 없다. 언어학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
* 사람마다 말에 대한 뉘앙스가 다르겠지만 '문장론'이라고 하면 '작문책'인 줄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용어의 어원을 보더라도 syntax(구문론)는 '낱말의 배열'이라는 의미이며, sentence(문장)은 '생각이 표현된 글(그래서 평결이라는 뜻도 있다)'이라는 의미이다.
(3) 운율론(Prosody)
운율론은 리듬이 있는 운문에 대한 정리이다. 한국어 문헌이든 한문 문헌이든 라틴어 그리스어 문헌이든 고대로 갈수록 산문보다는 운문이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였다.
현대에 들어서는 그 중요성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즐기려면 공부해 볼 필요도 있다. '오페라의 유령'을 극장에서 보는 것과 악보와 대본을 읽어보는 것은 그 느낌이 다르다.
영어로는 보통 Prosody(프로소디, 운율론, 시형론, 작시법)이라고 하며, versification(버시피케이션, 작시법, 운문구도)이라고도 한다.
3) 덧붙이는 말
"외국어 공부는 문법이 아니라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며, 문법은 언어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보조수단일 뿐이다."
우리 나라에서 한문 학습이 사라지듯, 유럽에서도 현재는 라틴어와 그리스어 학습은 선택과목이라고 한다. 유명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만 공부한다고 한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문법 위주의 학습을 따라가지 못했고(또는 따라가지 않았고) 극히 소수의 학생들만 지속적으로 그리스어를 공부하였다고 한다. 그리스어 학습에 흥미를 잃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초중등과정을 마치고 1년 정도 지나면 학교에서 배웠던 그리스어를 거의 다 잊어먹는다고 한다.
언젠가 아테나제라는 책의 구입 후기에 ' 자신은 수개월간 그리스어 어형변화를 외웠지만, 그리스어 문장 하나 제대로 읽을 수 없었는데 아테나제를 보면서 그리스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언어학자는 '문법 위주의 학습은 클래스의 5%만 제대로 따라오고 그 5%의 학생들은 나중에 문법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더라'라는 말을 했는데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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