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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 번역문에서 보이는 문제

책을 원어로 읽으면 얻게 되는 소소한 것들 _ 마가복음 2장 9절의 의미

by 소포로스 2021. 6. 22.

 

책을 원어로 읽으면 얻게 되는 소소한 것들


책을 원문으로 읽으면 여러가지로 얻는 것들이 많다. 그 중의 한 가지는 원저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2개의 성경책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마가복음 2장 6절-12절이다. 초심자라면 9절과 10절의 내용에서 ‘무엇이 더 쉽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예수께서 마비환자에게 ‘내가 네 죄를 용서하노라’라고 하자,

(1) 성경 1

6.  어떤 서기관들이 거기 앉아서 마음에 생각하기를
7.  이 사람이 어찌 이렇게 말하는가 신성모독이로다 오직 하나님 한 분 외에는 누가 능히 죄를 사하겠느냐
8. 그들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줄을 예수께서 곧 중심에 아시고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것을 마음에 생각하느냐 
9. 중풍병자에게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는 말과 일어나 네 상("들것")을 가지고 걸어가라 하는 말 중에서 어느 것이 쉽겠느냐 
10. 그러나 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하노라 하시고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시되 
11.  내가 네게 이르노니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 하시니 
12.  그가 일어나 곧 상을 가지고 모든 사람 앞에서 나가거늘

 

(2) 성경 2

6. 거기 앉아 있던 율법학자 몇 사람이 속으로
7. "이 사람이 어떻게 감히 이런 말을 하여 하느님을 모독하는가? 하느님말고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중얼거렸다.
8. 예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알아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희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느냐?
9.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네 들것을 가지고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10.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11.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12. 그러자 그는 일어나 곧바로 들것을 가지고,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해당 부분의 그리스어 원문은 이렇다(신약은 원문이 그리스어이다). 

그리스어 원문의 9절-10절은 내용 상 분리되지 않는다. 10절의 시작이 목적절을 이끄는 접속사(ἵνα, ~하기 위하여)로 시작되고 있다. 따라서 내용을 붙혀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의 아들(예수)이 지상에서 죄를 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너희들이 알도록 하기 위해서(10절) 
내가 마비환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라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네 들것을 가지고 걸어가라.’라고 말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쉽겠느냐?(9절)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말해야 죄를 사하는 권능이 나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너희들이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참고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생각이니 이 글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음)


☞ 원문 참조

(9절 어휘) τί( ; 어느 것, 의문대명사, 중성 주격 단수) ἐστιν(이다, 현재시제 3인칭 단수) εὐκοπώτερον(에우꼬-테론 ; 더 쉬운, 형용사 비교급, 중성 주격 단수), εἰπεῖν(에이인 ; 말하는 것, 무정부정사 능동) τῷ παραλυτικῷ(빠랄뤼띠- ; 마비환자에게, 남성 여격 단수) Ἀφίενταί(아엔따이 ; 내보내지고 있다, 현재 수동태 3인칭 복수) σου(너로부터, 속격 탈격) αἱ ἁμαρτίαι(하마르아이 ; 죄들이), ἢ(- ; 또는) εἰπεῖν(에이인 ; 말하는 것, 무저부정사 능동) Ἔγειρε(게이레 ; 일어나라, 현재 능동 명령법 2인칭 단수) καὶ(이) ἆρον(~론 ; 잡아라, 무정시제 능동 명령법 2인칭 단수) τὸν κράβαττόν(끄바ㄸ똔 ; 매트를, 남성 대격 단수) σου(너의, 속격 단수) καὶ(그리고) περιπάτει(뻬리떼이 ; 현재 능동 명령법 2인칭 단수);

(10절 어휘) ἵνα(나 ; ~하기 위하여) δὲ(그리고) εἰδῆτε(에이~떼 ; 너희들이 알도록, 완료 능동 접속법 2인칭 복수) ὅτι(띠 ;~인 것을, 접속사) ἐξουσίαν(엒수안 ; 권한을, 여성 대격 단수) ἔχει(케이 ; 가지고 있다, 현재 3인칭 단수) ὁ Υἱὸς(휘스 ; 아들이) τοῦ ἀνθρώπου(안트-뿌- ; 사람의) ἀφιέναι(아피나이 ; 내보는, 현재 부정사 능동) ἁμαρτίας(하마르아스 ; 죄들을) ἐπὶ τῆς γῆς(~스 ; 땅위에서),— λέγει(그는 말한다) τῷ παραλυτικῷ(빠랄뤼띠~ ; 마비환자에게)



그리스어를 공부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알게된 사실은, 출판업자 스테파누스가 정말 뛰어난 상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니면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성경의 장과 절을 나눈 사람은 성경학자나 성직자가 아니라 출판업자인 스테파누스라고 한다. 물론 그 전에 이미 내용에 구분표시를 해서 읽는 관행은 있었지만, 그 출판업자가 여행 중에 마차 안에서 나누었다고 한다(정말일까?). 그래서인지 성경에는 종종 나누면 안되는 절들이 나누어져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성경원문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대단했던 것 같다. 스테파누스가 그리스어 성경책을 출판하면서 '이 책은 어떤 오염이나 변조가 없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판본(텍스투스 레켑투스)이다'라고 책을 소개하였는데, 이 책이 당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래서 그의 책은 당시에 통용본(텍스투스 레켑투스, 인정본) 그리스어 신약성경책이 되었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에라스무스가 부족한 자료를 바탕으로 본인은 최선을 다했겠지만 '짜깁기해서 급조한' 판본을 바탕으로 또 한 번 짜깁기한 판본임이 밝혀졌다. 지금은 '네스틀레 알란트 비평본'이 널리 통용되는 표준 그리스어 성경이다.

풀라톤 저작 등 그리스어 고전도 스테파누스가 출판할 때 붙힌 번호(Stephanus Numbers)를 따르고 있다.  우리가 '논어 학이편 3장'이라고 하듯이 그리스어 고전 연구자들도 '국가, 스테파누스 번호 몇 번(Republic V 437c)'이라고 번호를 붙혀서 내용을 인용하거나 해설한다.

그리스어 독해용으로 성경 본문을 택한 이유는 학습자료가 매우 풍부하고 공부하기 쉽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종교와 언어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약 부처님의 말씀이 빠알리어(팔리어)로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면 세상에 누가 빠알리어를 공부하겠는가.

참고 : 마가복음 2장 5절-12절 _ 헬라어(그리스어) 마르코의 복음서 그리스어 원문과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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