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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그리스어 문법 _ 어형론/문법 용어 설명

영어에서 보이는 중동태 (중간태)의 흔적

by 소포로스 2021. 8. 11.

 

영어에서 보이는 중동태의 흔적

 

1) 영어 표현에 있는 태의 교착현상


영어의 중동태라고 소개되는 예문들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중동태라기보다는 태의 교착현상이다.


ㅇ Cashmere jumpers don't wash well in a washing machine(캐쉬미르 점퍼가 세탁기에서 잘 세탁이 안된다). 이 문장에서 wash는 능동의 표현이지만 주어인 캐쉬미르 점퍼가 뭔가를 세탁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문장들도 영어의 중동태의 예시들로 보인다.
ㅇ Your transration reads well(너의 번역은 읽기 쉽다). 주어가 '번역'인데 주어가 뭘 읽은 것이 아니다.
ㅇ I'm to blame(내 탓이다, 내가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비난의 대상이다),
ㅇ room to let(세놓는 방, room이 뭔가를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room이 행위를 당하는 대상이다)  
ㅇ This car drives smoothly(이 차는 부드럽게 나간다. 주어 car는 행위의 주체가 아니다. 운전은 사람이 한다) 등등
ㅇ This cup sells well. (이 컵은 잘 팔린다)

영어의 예들은 능동형의 동사를 사용하여 수동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라틴어에도 능동의 형태를 가지면서 수동의 의미로 쓰이는 동사들이 있다. 예를 들면, pereō(망하다, 파괴되다, 참고 perdō : 파괴하다), veneo(팔리다, 참고 vēndō 팔다)와 같은 동사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이들을 라틴어나 그리스어에서는 중동태(동사의 용법)나 탈형동사(동사의 종류)라고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중동태의 의미는 영문법에서 말하는 중동태와는 좀 다르다.

* 영어의 중동태는 좀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 영문법에서는 능동의 형태로 수동의 의미를 가지는 동사를 중동태라고도 하지만, 자·타동사로 다 쓰이면서 타동사일 때의 목적어와 자동사일 때의 주어가 같은 동사라는 의미로 능격동사(labile verb, 혹은 ergative verb)라고도 한다. 영문법에서 더 이상한 용어는 '소유형용사'이다. 그리스어나 라틴어에서 말하는 소유형용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영문법에서는 대명사의 소유격이 '형용사적'으로 쓰이는 것을 두고 '소유형용사'라고 한다.


2) 고전 그리스어와 라틴어의 중동태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말하는 중동태는 동사의 활용형태는 수동태이지만 뜻은 능동인 동사의 용법(동사의 종류가 아니라)을 말한다. 고전 그리스어에는 능동태와 중동태와 수동태가 거의 모든 동사의 변화에 존재하며, 일상적으로 쓰이는 태이지만, 라틴어는 능동태와 수동태가 주로 쓰이고 일부 동사가 수동태 형식으로 능동의 뜻을 가지는 중동태 용법으로 쓰이고 있다. 라틴어에는 중동태가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중동태(middle voice)는 중간태라고도 한다.



3) 영어에서 보이는 중동태 표현


영어에서 감정을 나타내는 동사는 대체로 타동사이다. 기본 뜻은 '놀라게하다', '기쁘게하다' '만족시키다' 등등이다.


영어의 수동태는 동사의 행위자를 by(~에 의하여) 다음에 목적격 형태로 쓰므로, 주어가 놀랐다는 표현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그 행위자를 by 다음에 써야 하지만 실제 언어에서는 그렇지 않다.

영어에서 감정을 나타내는 동사는,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보이는, 수동태 형식으로 능동의 의미를 표현하는 중동태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by를 이용하여 감정을 유발하는 주체를 표현하는 대신에, 주어가 능동적으로 감정을 느끼는 대상을  at(~에)이나 with(~으로)나 in(~에) 등을 이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이것이 고대 그리스어에서 보이는 중동태와 가장 가깝다.


I'm satisfied with my test score.
나는 내 시험 점수에 만족한다. → 수동태이지만 주어가 어떤 대상이나 결과에 대하여 능동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수동태 형식에 뜻은 능동'이라는 '중동태' 특성에 맞는 표현이다.

I was frightened at the sight of a big cockroach.
나는 큰 바퀴벌레를 보고 놀랐다. → 동사의 형태는 수동태이지만 주어가 대상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감정을 느끼고 있다(중동태)고 볼 수 있다.

She is interested in playing the guitar.
그녀는 기타를 치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We were suprised at his father. 우리는 그의 아버자를 보고 놀랐다(그의 아버지가 기대와는 다르다는 의미)
We were surprised at the news. 우리는 그 뉴스에 놀랐다.
We were very surprised at the result. 우리는 그 결과에 매우 놀랐다.
We were suprised by the service at this restaurant. 그 레스토랑 서비스에 나는 놀랐다.
We were suprised with the exhibition 그 전시회를 보고 놀랐다.
Jane was pleasantly surprised to get a B for history. 제인은 역사과목에 B학점을 받고 기분좋게 놀랐다.


4) 한국어의 경우


우리 말에도 유사한 현상이 있다. '물건 등을 빌리다'라는 의미를 가진 '빌다'라는 동사가 있다. '빌어 먹을 놈'은 '남에게서 빌려 먹고 살 놈'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빌다'가 워낙 능동, 피동 등의 뜻이 불분명하여 일상 언어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다보니 나중에는 '빌리다'도 표준어로 인정하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아예 정의를 다시 하고 있다. '빌다'를 버려버렸다(ㅠㅠ). 우리는 일상대화에서는 '빌어 쓰다' 보다는 뜻이 더 분명한 '얻어 쓰다' 또는 '빌려 쓰다' 등의 표현을 선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어 먹을 놈'을 '빌려 먹을 놈' '얻어 먹을 놈'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흔적은 그냥 흔적대로 남는 거다.


ㅇ '빌다'에 대한 국어사전의 최근 정의(표준국어대사전)
* 빌다 : 남의 물건을 공짜로 달라고 호소하여 얻다. (☜ '빌어 먹다' 외에 다른 용례가 있는지 궁금)
* 빌다 : ‘빌리다’의 의미로 ‘빌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빌리다’만 표준어로 삼고, ‘빌다’는 버린다.




<사족>

결국 '빌다'를 버려 버렸다. 빌다와 관련된 표현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돌려주기로 하고 빌리는 것은 '빌리다'
돌려 줄 의사가 없이 거저 얻는 것은 '빌다' 
그리고 기도하는 것은 '빌다'이다.

'빌다'를 버리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라는 표현은 말하는 장소를 공짜로 빌려서 말하면 맞는 표현이고 이용료를 내고 빌린 장소에서 말하면 틀린 표현이 되어버린다. 그 때는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뜻을 전한다'라고 해야되나?????? 전통은 전통대로 유지하고 변화는 변화대로 수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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