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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그리스어 문법 _ 어형론/문법 용어 설명

능동태, 중수동태, 중동태(중간태), 수동태, 그리고 탈형동사 (이태동사, 이상동사, 디포넌트동사)

by 소포로스 2020. 11. 20.

 

능동태, 중수동태, 중동태(중간태), 수동태, 그리고 탈형동사 (이태동사, 이상동사, 혼동태, 디포넌트동사)

 

1) 3가지 태(voice)

문법에서양태라고도 한다. 동사가 표현하는 행위나 상태에 대한 주어의 역할이 어떠한지를 나타내는 동사의 표현법이다. 고대 그리스어에서는 3가지의 태가 있다. 

(1) 능동태(active voice)
- 주어가 동사의 주체가 되는 것. 어떤 행위를 하는 것.

(2) 수동태(passive voice) - 주어가 어떤 행위의 대상이 되는 것. 동사의 행위를 당하는 것.

(3) 중동태(middle voice, 중간태) - 행위의 과정이나 결과가 주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중간태라고도 한다. 중동태는 동사의 활용형태는 수동태이면서 뜻은 능동이다. 일부 시제에서는 중동태와 수동태의 형태가 서로 같으므로 중수동태 (mediopassive voice)라고도 한다. 이럴 경우 문맥을 통해서 구별한다. 기원전 1세기 고전 라틴어 이전에 형성된 언어에 존재한다. - 아래에 보충설명 있음

 

2) 탈형동사, 이태동사, 이상동사, 혼동태, 디포넌트동사(Deponent verb)

명칭만 다를 뿐 모두 같은 것을 가리킨다. 

Deponent는 '옆으로 치워둔' '원래 위치에서 벗어난'이라는 의미이다. 탈형동사는 ⓐ 동사의 형태는 수동태인데 뜻은 '능동'이다.  그리고  능동태형이 따로 없고 기본형이 수동태 형식이라는 점에서 중동태로 쓰인 일반동사와 다르다. 일반동사의 중동태는 문맥에 따라 수동태가 되면서 수동의 뜻을 가지기도 하지만, 탈형동사는 형태는 중수동태이지만 뜻은 언제나 능동이다. 우리말에 통일된 용어가 없어서 위와 같이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부연하면 탈형동사는 능동태 어형이 애초에 없다는 점에서 중동태(중간태)로 쓰이는 일반동사와 다르다. 일반 동사의 중동태 변화형은 생김새는 수동태(중수동태)이면서 뜻은 능동이라는 점에서 탈형동사와 비슷하지만, 이들 일반동사들은 능동태 어형을 따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탈형동사와 다르다.

디포넌트라는 용어는 후세의 문법학자들이 붙힌 이름이고, 언어 발전 과정을 볼 때, 디포넌트 동사는 언어발달 초기에 형성된 중동태 동사가 능동태로 분화하지 못한 채, 그 형태 그대로 능동의 뜻으로 쓰이는 동사로 보인다. 탈형동사는 언어발전 과정의 흔적이다.

디포넌트 동사는 라틴어에도 존재하는 동사의 종류라서, 한국어 라틴어 책에서는 '탈형동사(고전라틴어)', '이태동사(휠록라틴어)' 등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형태가 정상이 아니고(이상동사), 태가 특이하기도 하며(이태동사), 태가 짬봉이기도 해서(혼동태) 위와 같은 용어들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형태(수동태이면서 능동의 의미)를 벗어났다는 의미의 '탈형동사'가 괜찮아 보인다. 디포넌트라는 영어표현은 개념이 잘 들어오지 않는 단점이 있다. 

탈형동사는, 이상한 동사(이상동사)가 아니라 정상동사이며, 족보가 다른 동사(이태동사)가 아니라 그리스어 고유의 동사이고, 또한 혼란을 초래하는 동사(혼동태)도 아니다. 더구나 여기서 말하는 혼동태라는 용어는 동사의 종류를 말하는 것인데, 수동태 능동태 중동태 등의 태(voice)와 헷갈리게 하는 단점이 있다. 

언어의 발전과정을 볼 때,
미처 능동태과 수동태로 분화하지 못한 탈형동사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동사의 원형'일 수 있다.



 


3) 중동태(또는 중간태)의 의미

어느 책에 대한 북리뷰에 중동태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를 주로 참고하여 정리하였다. 
* 중동태의 세계(저자 고쿠분 고이치로,  출판사 동아시아) 북리뷰 

중동태의 주어는 동사가 묘사하는 행위 안에 존재하지만, 능동태의 주어는 동사의 행위 바깥에 존재한다.

만약 '그가 말에서 줄을 푼다'라는 문장이 중동태로 표현되어 있으면, 그 자신이 '말을 탈 것'이라는 점이 함의되어 있다. 말을 묶고 있던 줄이 풀리는 과정 속에 주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 문장을 능동태로 표현하면, 말을 줄에서 푸는 과정이 주어의 밖에서 이루어지며, 풀려난 말을 주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타는 상황도 포함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능동태 표현에서는 주어가 그 말을 탈지 안탈지에 대한 함의는 들어 있지 않다. 

만약, 중동태로 '욕구하다'를 표현하였다면, 주어가 그 욕망이 추동되는 과정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전 그리스어(헬라어)에서 수동태인지 중동태인지를 결정할 때는 중동태라는 동사의 어형보다는 동사의 개념이나 문맥을 살펴야 할 때가 있다. 즉, 주어가 동사의 동작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를 판단해 보는 것이다. 주어의 특별한 관심이나 재귀적 의미 또는 자기를 위한 동작 등이 중동태에 해당한다. 특히 고전 그리스어 현재시제와 미완료시제, 완료시제 등에서는 중동태와 수동태의 동사 형태가 동일하므로, 그것이 중동태인지 아니면 수동태인지는 문맥을 통해서 파악해야 한다.


3) 언어의 발전과 중동태 또는 중간태

인류의 언어는 명사로부터 시작되었고 여기에서 동사가 파생되었다고 한다. '비' '눈' '바람' 등의 명사가 먼저 생겨났고, 그 다음에 '비가 온다' '눈이 온다' '바람이 분다' 등의 동사가 파생되었다. 이런 말들은 행위자 중심의 사유가 아니라 사건 중심의 사유이다. 이와같이 동사가 처음으로 형성될 때는 개별 행위자(즉, 주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따라서 It rains(비가 온다)와 같이 비인칭(3인칭) 표현이 먼저 생겼고 그 다음에야 행위자 중심의 1인칭과 2인칭 표현이 등장하였다고 한다.

주어와 동사가 관계를 맺는 방식도 중동태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 중동태는 능동태와 수동태 등의 의미를 모두 포괄하였다고 한다. 점차 행위자 중심의 능동태 표현이 발전하면서 중동태-능동태의 대립쌍이 중요해졌다. 그 후 능동태와 대비되는 양태인, 행위를 당하는 이를 나타내는 수동태가 중동태에서 분리되었다. 언어생활에서 능동태-수동태의 관계가 정착되면서 중동태는 점차 사라졌는데 이 시점이 대략 고전 라틴어 형성기인 기원전 1세기 전후라고 한다. 따라서 고전 라틴어에는 중동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라틴어의 중동태 또는 중간태는 중세 라틴어의 특징이다. 라틴어에서 일부 동사를 수동태의 형식으로 능동의 의미로 사용하는 관행은 그리스어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출처 : Wikipedia, Medieval Latin 항목). 이는 원래부터 수동형이면서 뜻은 능동인 탈형동사(디포넌트 동사)와는 다른 것이다. 물론 라틴어를 포함하여 영어나 다른 언어에도 중동태의 흔적은 남아있다.

중동태와 중수동태 형식이 명백하게 남아있고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언어는 고대 그리스어(Ancient Greek)와 산스크리트어(Sanskrit)라고 한다. 그리스어의 예를 들면, 현재시제, 미완료시제, 완료시제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중동태와 수동태의 동사형태가 서로 같은 중수동태(mediopassive voice) 형식을 취하므로 둘 사이의 구별은 말의 맥락(또는 문맥)을 통해서 해야한다. 그러나 무정시제(아오리스트 시제), 미래시제는 중동태(middle voice)와 수동태(passive voice)의 변화형이 별도로 존재한다. 글은 일반적으로 이미 일어난 일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리스어 문헌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시제가 무정시제이다. 그 만큼 능동태, 중동태, 수동태가 서로 구별되어 빈번하게 쓰였다는 의미일 수 있다.

정리하면, 수동태니 능동태니 하는 양태(vioce)는 인도유럽어족의 특징이다(우리말의 사동 피동은?). 동사의 표현형태인 태는 중동태로부터 시작되었고, 나중에 행위를 주도하는 능동태와 행위를 당하는 수동태로 분화되었다. 고대 그리스어에는 능동태와 수동태 뿐만 아니라 중동태도 존재하지만, 영어 등 현대 인도유럽어족의 언어에는 중동태가 없다. 

언어의 발전 과정이 이와 같다면, 탈형동사(deponent verb)는 미처 능동태와 수동태로 분화하지 못한 원시 형태의 동사일 수 있다. 그리스어 동사에서 탈형동사를 ω 동사와 μι 동사에 포함시켜 분류하는 것은 문법적 편의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어미 ω나 μι를 가진 능동형이 있었는데 사라져 버리고 탈형동사만 남은 것이 아니라 탈형동사가 먼저 있었고, 여기에 어미 ω나 μι를 추가한 능동형 동사가 파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 표는 원시 인도유럽어의 동사 기본형 어미와 그리스어 동사 어미를 비교한 것이다. 원시 인도유럽어족의 동사의 기본어미 그리스어 중수동태 어미와 거의 똑같은 것으로 보아 동사는 중동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성염 교수의 고급라틴어 28쪽의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함




◈ 고대 그리스어(희랍어, 헬라어) 중동태의 실례

​*  그리스어를 몰라도 알아볼 수 있게 설명함 

(예1)

그리스어로 '할 수 있다, 가능하다'는 기본형이 중동태형인 탈형동사 δύναμαι(뒤나마이)를 사용한다. 그리고 '원하다'를 나타내는 말에는 ἐθέλω(에텔로-)와 βούλομαι(불~로마이) 등이 있는데, 중동태형이 기본형인 βούλομαι가 더 강한 뜻을 가진다. 둘 다 부정사를 목적어로 취한다. 수동태형으로 타동사처럼 쓰인다. 

가능하다고 말할 때, δύναμαι(뒤나마이)를 쓰는 것은 '주어가 그 일을 실제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가 화자에게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원하다고 할 때 βούλομαι(불-로마이)를 쓰는 것은 '주어의 욕구가 내재된' 상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숨을 곳을 찾는 이에게 필요한 동사의 어법이 아니다. 중동태야말로 가장 능동적 표현이다.

(예2)

προσκαλεῖται οὓς ἤθελεν αὐτός

(쁘로스깔이따이 -스 -텔렌 아우스)

그가(αὐτός) 원했던(ἤθελεν, 미완료, 능동태) 사람들을(οὓς) 부르고 있다(προσκαλεῖται, 중동태, 현재시제). 

​이 문장에서 '부르고 있다'가 중동태이다. 물론 능동태로 προσκαλεῖ(쁘로스깔이, 그가 부르고 있다)가 있다. 그러면 왜 능동태 동사를 놔두고 중동태 동사를 썼을까? "그가 친히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자신과 관련된 일로 그가 원했던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말은 예수 그리스도가 12사도를 정하기 위해 제자들을 자신에게 부르는 장면을 묘사한 마가복음의 내용이다. 곰곰히 생각하고 신경써서 선택적으로 사람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어휘)προσκαλεῖται(쁘로스깔이따이 ; 가까이로 부르다, 현재 중동태/수동태 3인칭 단수) οὓς(-스 ; ~한 사람들을, 관계대명사, 남성 대격 복수) ἤθελεν(-텔렌 ; 원하고 있었다, 미완료 능동 3인칭 단수) αὐτός(아우스 ; 그가, 남성 주격 단수) 

 

 

4) 영어에 남아있는 중동태의 흔적

 

(1) 태의 교착과 중동태

​일반적으로 영어에서 말하는 중동태의 예문은 다음과 같다. 

Cashmere jumpers don't wash well in a washing machine(캐쉬미어 점퍼가 세탁기에서 잘 세탁이 안된다).


이 문장에서 동사 wash는 능동표현이지만, 옷(점퍼)이 뭔가를 세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세탁을 하는데 옷이 잘 세탁이 안된다는 것이다. 옷은 동사의 동작을 받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수동태 문장이 어울린다. 즉 능동태 형식으로 수동의 뜻을 표현하고 있다. 일종의 태의 교착이다.


그리스어 라틴어 등에서 말하는 중동태는 수동태 형식으로 능동의 표현을 하는 것이다. 태의 교착현상은 라틴어 등에도 있으며, 라틴어 문법에서는 이를 중동태라고 하지 않는다. 라틴어에서 수동의 의미로 사용된 능동형 동사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fio(되다), pereo(망하다), veneo(팔리다), vapulo(매 맞다). 



(2) 영어에서 보이는 그리스어 또는 라틴어식 중동태의 예

형태는 수동이면서 뜻은 능동인 영어 표현들은 아래와 같다.

I'm satisfied with my test score.

나는 내 시험 점수에 만족한다. → 수동태이지만 자동사처럼 능동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by를 이용한 행위자 표시를 굳이 하지 않는다. satisfy의 기분 뜻은 '만족시키다'이다. 능동적 행위를 통한 기분변화의 주체는 주어 I(나)이다.


She was frightened at the sight of a big cockroach.

그녀는 큰 바퀴벌레를 보고 놀랐다. → 능동적으로 감정을 느끼는 주어가 그 대상을 at 다음에 표현하고 있다.  by를 이용하여 행위자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frighten는 '놀라게 하다'라는 의미의 타동사이지만, 수동형인 was frightened를 사용하여 능동의 의미로 쓰고 있다. 바퀴벌레는 자기 갈 길을 갔을 뿐이고, 그걸 보고 놀란 것은 그녀이다.

결론은 고대 그리스어에서는 중동태가 보편적으로 쓰였지만, 라틴어에서는 중동태가 흔적으로 남아있고, 이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분화된 것이라도 존중해야 하고 그 고유의 가치를 인정해야겠지만, 중동태에 대한 찬사와 지향은 퇴행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 현실에서는 중동태야말로 가장 주어 지향적인 능동의 의미를 가진다.

 

 

영어에서 보이는 중동태의 흔적

영어에서 보이는 중동태의 흔적 1) 영어 표현에 있는 태의 교착현상 영어의 중동태라고 소개되는 예문들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중동태라기보다는 태의 교착현상이다. ㅇ Cashmere jumpers d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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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어 문법 용어 설명 카테고리 목차

고대 그리스어 문법 용어 설명 카테고리 목차 1. 그리스어 문법의 3대 영역 - 어형론, 구문론, 운율론 2. 고전 그리스어 격변화의 종류와 의미 3. (준비중) 4. 곡용과 접용, 명사의 변화와 동사의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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