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철자법의 특징 -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
1) 소리나는 대로 적는 철자법
언어생활이 문자가 아니라 소리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고대의 그리스어는 글자를 소리나는 대로 적었다. 매우매우 정직하게 적었다. 발음이 생략되면 글자도 생략해 버렸다.
현대 한국어는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어원을 밝혀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 고대 그리스어는 중세 한국어처럼 철저하게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
맞춤법은 언어생활에서 문자의 비중이 커질 때 그 필요성도 커진다.
2) 묵음현상
고대 그리스어에는 글자를 써놓고도 읽지 않는 묵음현상은 없었다. 그리스어에서 묵음현상은 고전 시대로부터 1천 500여년쯤 지난 중세 11세기경에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때부터 단어의 구별을 위하여 이오타 하기를 쓰되 발음하지는 않았다. 묵음현상은 언어 생활에서 문자가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3) 철자법의 실례
예문은 호메로스의 글에서 따옴.
(예문1)
οὐκ ἔσθʼ οὗτος ἀνὴρ(이와 같은 사람은 없다)
ἔσθʼ οὗτος는 ἐστί + οὗτος에서 모음충돌로 ί가 생략된 후,
ἔστ’ + οὗτος에서 οὗ-가 기식음이므로 ἔστ’(= ἐστί, ~이다)가 ἔσθʼ로 바뀐 것이다.
ἐστί → ἐστ’ → ἔσθʼ
현대적 관점에서 볼 때
ἐστί οὗτος’(에스띠 후~또스)라고 써놓고
ἔσθʼ οὗτος(에스투~또스)라고 읽는 것에 더 익숙하다.
(예문2)
θῖν' ἔφ' ἁλος (바다의 모래사장 위에. 바다의 기슭에)
전치사 ἐπί(~에)는 θῖν' ἔφ' ἁλος (바다의 모래사장 위에. 바다의 기슭에)라는 문구에서는 소리나는 대로 ἔφ'로 적고 있다. 참고로 θῖν'(모래사장)은 전치사 ἐπί의 목적어이지만, 그리스어에서는 전치사의 목적어가 전치사 앞에 놓이기도 한다.
ἐπί → ἔφ'
이 어구 역시
ἐπί ἁλος라고 써놓고
ἔφ' ἁλος라고 읽는 것이 현대 언어 감각에 어울린다.
(두 사례 모두 실제 발음에 따라 모음생략, 액센트 이동, 자음변화 등의 현상이 일어났고, 이를 그대로 적고 있다.)
4) 명사 형용사 동사의 축약 변화와 철자법
그리스어에서 격변화와 인칭변화를 할 때 축약변화가 있는 것도 위와 같은 철자법의 특성에 기인한다. 소리가 바뀌면 표기법도 바꾸는 원칙을 철저하게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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