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ου의 발음 - ‘오우’ 또는 ‘우-’
1) κόρη와 κούρη, ὄρος와 οὖρος의 발음
소녀, 딸 등을 뜻하는 κόρη는 κούρη라고도 쓴다. 도리스 방언으로는 κώρᾱ라고도 한다.
현재 통용되는 표준 고대 그리스어 발음은 다음과 같다.
① 표준 발음
κόρη (꼬레-)
κούρη (꾸-레-)
κώρᾱ (꼬-라-)
반면에, 고전시대의 발음은 다음과 같다.
② 고전시대 발음
κόρη (꼬레-)
κούρη (꼬우레-)
κώρᾱ (꼬-라-)
고대사회는 언어소통이 문자가 아닌 소리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소리 중심의 언어에서 ‘꼬레’와 ‘꾸-레-’는 다른 소리이다. 반면에 ‘꼬레-’와 ‘꼬우레-’는 같은 음성계통이고 ‘꼬라 (κόρᾱ, 도리스, 아이올리스)’ 또는 ‘꼬-라(κώρᾱ, 도리스)’도 같은 계통이다. ‘꼬’라는 음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산을 뜻하는 오로스(ὄρος)도 ‘우~로스(οὖρος, 표준발음)’가 아니라 오우로스(οὖρος, 고전발음)라고 발음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전 발음>
오로스(ὄρος, 고전),
오우로스(οὖρος, 호머),
오~로스(ὦρος, 도리스)
‘오’라는 음이 계속 유지된다. 글이 아닌 소리로 언어생활을 했던 그들에게 소리의 동일성은 뜻을 구별하는데 매우 유용했을 것이다.
위 두 낱말은 각 방언별로 약간씩 다르게 발음하였다(출처 : 윅셔너리).
κόρη, κόρης, ἡ. 소녀, 딸(1변화)
κόρᾱ – Doric, Aeolic
κούρη – Epic, Ionic
κώρᾱ – Doric
ὄρος, ὄρεος [ὄρους, οὔρεος], τό. 산, 언덕(3변화)
οὖρος – Epic, Lyric
ὦρος – Doric
이와 같이 한 단어 안에서 뜻의 변화가 없이 장모음이나 이중모음 또는 단모음이 같은 계통의 소리를 유지한 채 바뀌는 현상을 ‘가변장단모음(Variations in Quantity)’이라고 한다.
문법용어는 몰라도 된다. 그리스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라고 썼을 뿐이다. 우리는 국문법을 모르고도 한국어를 유창하게 한다. 문법에 대한 지식은 어디까지나 언어학습의 보조적 수단일 뿐이다. |
2) ου의 고전시대 발음과 그 변천
현재 ου의 표준 발음은 ‘우-’이지만 고전그리스어 시기에는 '오우'로 발음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는 장모음이지 이중모음이 아니다. 그런데도 ου는 이중모음으로 분류한다.
그리스 로마 세계에서 성립된 최초의 문법서는 기원전 2세기에 디오뉘시오스가 지은 [문법](Τέχνη Γραμματική, 떼크네- 그람마띠께-)이다. 이 시기까지 ου가 오우로 발음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그는 ου를 장모음이 아니라 이중모음으로 분류하였기 때문이다.
* Τέχνη Γραμματική를 직역하면 '글자들에 대한 기술' 또는 '글자과 글쓰기와 관한 실용적인 지식'이라는 뜻이므로 줄여서 말하면 '문법'이다. 후세에 그람마라는 용어에 문법이라는 뜻이 추가되면서 '문법의 기술이니 예술이니 기법이니 기예니' 하는 어색한 번역어가 등장하였다.
에리히 프롬의 Art of Loving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사랑하는데 필요한 지식' 또는 '사랑하는 방법' 정도의 의미이다. 그리스어의 테크네는 라틴어에서 아르스(ars)가 되었고 영어에서 아트(art)가 되면서 뜻도 약간씩 달라졌다.
당시에도 η(에-) ω(오-) 등 장모음에 대한 개념은 있었다. ου의 음이 '우-'로 바뀐 것은 코이네 그리스어 시기이다.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 180 AD)가 자신의 할아버지 웨루스(Verus, 베루스)를 Οὐήρος(우-에로스)로 표기한 것으로 보아 최소 2세기 중반 이전에 ου의 발음은 ‘우-’라는 장모음으로 바뀌 것으로 보인다(라틴어 단어 끝의 모음 u의 발음은 ‘오’에 가까움).
디오뉘시오스 트락스(Διονύσιος ὁ Θρᾷξ, BC 170-90 )는 알렉산드리아와 로도스에서 활약했던 고대 그리스어 문법학자였다. 코이네 그리스어 시기에 고대 그리스어 문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였다. 동로마에서 나온 백과사전 ‘수다’에는 그가 로마 공화정 말기 폼페이우스 (Pompey the Great) 집정관 시절에 로마에서 공립학교 교수였다고 한다.
디오뉘시오스가 살던 시대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대는 약 300~400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극작가였던 칼리아스(Kαλλίας, Callias)의 희극작품 ‘알파벳의 비극(Γραμματικὴ Τραγῳδία, 또는 알파벳 쇼 Γραμματικὴ Θεωρία)에 따르면 그리스어 알파벳 o의 발음은 [οὖ]이다.
코이네 시대에 알파벳 o의 이름이 '오 미끄론'(ὂ μικρόν, '작은 o')으로 바뀐 것은 ου의 발음이 ‘우~’로 바뀌면서 ο가 나타내는 음을 ‘우~’라는 알파벳 이름이 더 이상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알파벳의 이름은 자신이 표현하는 음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시기에 ω의 발음도 ‘오~(ὦ)’에서 ‘오 메가(ὦ μέγα. '큰 o')’로 바뀐다.
참고 : 고전 그리스어 시대의 알파벳의 발음
* 디오뉘시오스 트락스 : ‘트라키아(Thracia) 출신의 디오뉘시오스’
3) 가변장단모음 현상을 통해서 본 ου의 발음
가변장단모음은 언어 사용자가 ‘기분 내키는 대로’(‘클라이드 파’) 또는 '필요에 따라' 단모음을 장모음으로 발음하거나 장모음을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에는 언어생활이 주로 소리를 통해서 이루어졌으므로, 듣는 이가 다른 소리로 여길 만큼 소리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ου ↔ ο을 포함하여 다른 모음에서 일어나는 가변장단모음을 보면 다음과 같다.
ἀνήρ ↔ ᾱ̓νήρ(아네-르, 아-네-르) 남자
εἰλήλουθα ↔ ἐλήυθα(에일레-로우타, 엘레-우타) 내가 왔다
εἵνεκα ↔ ἕνεκα(헤이네까, 헤네까) ~때문에
μήν ↔ μέν(멘-, 멘) 실로, 진실로
ἕταρος ↔ ἑταῖρος(헤따로스, 헤따이로스) 동지, 동료
ἀτάρ ↔ αὐτάρ(아따르, 아우따르)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πολύς ↔ πουλύς(뽈뤼스, 뽀울뤼스) 많은
모두 비슷함 음을 사용하여 소리의 동일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ού의 고전시대 발음은 ‘오우’였을 것으로 보인다.
4) ου 발음에 대한 학계의 통설
고전학계에서는 ει와 ου 등 이중모음을 가성 이중모음(spurious diphthong)과 진성 이중모음(true diphthong)으로 나누어 본다.
가성 이중모음 ει와 ου는 ⓐ 자음 생략 후 보상성을 장음화된 것과 ⓑ 두 개의 모음이 축약된 결과이며 발음은 장모음(long monophthong '긴 단음')인 ‘에-[eː]’와 ‘오-[oː]’이고, 진성 이중모음 ει와 ου는 모음강약변화(ablaut) 등의 결과로 형성된 것으로 발음은 ‘에이[ei̯] 와 ‘오우[ou̯]였다고 한다.
고전시대가 되면 이 두 가지 발음이 하나로 통합되어 모두 ‘에-[eː]’와 ‘오-[oː]’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코이네 그리스어에서는 ‘이-[iː]’와 ‘우-[uː]’로 바뀌었고,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모두 단모음 ‘이[i]’와 ‘우[u]’로 바뀌었다.
통설의 관점을 알파벳 이름에 적용해 보면 문제가 발생한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칼리아스는 고전시대의 알파벳 o와 ω의 발음을 각각 [οὖ]와 [ὦ]라고 하였는데, 둘 다 ‘오~[oː]’가 되어버린다. 두 글자의 발음에 차이가 없다.
그리고 알파벳 이름이 '오 미끄론'(ὂ μικρόν, '작은 o')과 ‘오 메가(ὦ μέγα. '큰 o')’로 바뀐 시기는 코이네 시대였다는 주장도 이상해진다. (2023.02.15 이 부분 추가함)
5) 결론 : 그러면 ου의 발음을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학계는 내부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이 있으며, 이는 사실을 앞선다. 그리스어 고전학계가 ου를 계속 ‘우-’로 발음하면 거기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코이네 그리스어 이후에는 ου의 발음이 실제로 ‘우-’로 변하였으므로, 서양 고전학자들이 ‘고전 발음의 복원’을 중시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관행은 계속될 수 있다.
이 글은 그리스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쓴 것이다. 오로스(ὄρος)가 서사시 등에서 운율을 맞추기 위해서 오우로스(οὖρος)나 오~로스(ὦρος)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면 그리스어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6) 참고 :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보이는 가변장단모음
(1) ο ↔ ου 가변장단모음 현상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첫 문장부터 나온다.
일리아스 1권 1행-2행
μῆνιν ἄειδε θεὰ Πηληϊάδεω Ἀχιλῆος
οὐλομένην, ἣ μυρί' Ἀχαιοῖς ἄλγε' ἔθηκε,
(번역)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시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파괴적인 분노를, 그것은 아카이아인들에게 수많은 고통을 주었고,
(어휘)
μῆνιν(메~닌, 분노를, 여성 대격 단수) ἄειδε(아에이데, 노래하라, 현재 능동 명령 2인칭) θεὰ(테아, 여신이여!, 여성 호격 단수) Πηληϊάδεω(뻴-레-이아데오-, 펠레이우스의 아들인, 남성 속격 단수) Ἀχιλῆος(아킬레~우스의, 남성 속격 단수)
οὐλομένην(울-로메넨-, 파괴적인, 현재분사 중동, 여성 대격 단수), ἣ(헤-, 그것은, 관계대명사, 여성 주격 단수) μῡρί'(뮈-리- = μῡρία, 수많은, 중성 대격 복수) Ἀχαιοῖς(아카이오이스, 아카이오스인들에게, 남성 여격 복수) ἄλγε'(알게 = ἄλγεα, 고난을, 중성 대격 복수) ἔθηκε(에테-께, 불러일으켰다, 무정시제 3인칭 단수),
☞ 여기서 οὐλομένην이 장단가변모음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동사 ὄλλῡμι(올-뤼-미, 파괴하다, 죽이다, 끝내다)의 무정분사 여성 단수 대격인 ὀλομένην이 변한 것이다.
ㅇ οὐλόμενος, οὐλομένη, οὐλόμενον : 파멸적인, 끝을 내는. (οὐ는 ὀ를 길게 발음한 가변장단모음 현상)
☞ 기본형 : ὀλόμενος, ὀλομένη, ὀλόμενον
→ ὄλλῡμι의 현재분사 중수동태.
일리아스는 워낙 유명해서 οὐλομένην이 하나의 어휘로 굳어졌다. 아이올리아 방언으로 ὠλόμενος라는 표현도 나온다.
(2) 호메로스는 Ὄλυμπος(올림푸스산)도 종종 Οὔλυμπος라고 한다.
βῆ δὲ κατ' Οὐλύμποιο καρήνων χωόμενος κῆρ(일리아스 1권 44행)
베~ 데 까ㄸ 오울륌포이오 까레-논- 코-오메노스 께~르
그리고 그는 분노하는 마음으로 올림푸스 산 정상에서 내려왔다.
(어휘) βῆ(베~ ; 왔다, 갔다, 무정 능동 3인칭 단수) δὲ(그리고) κατ'(~아래로) Οὐλύμποιο(울-륌뽀이오 ; 올림푸스산의, 남성, 속격) καρήνων(까레-논- ; 정상, 중성 속격 복수) χωόμενος(코-오메노스 ; 분노하는, 현재분사 중수 남성 주격 단수) κῆρ(께~르 ; 마음, 중성 대격 단수, 부분 속성의 대격, 대격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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