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헬라어 알파벳 χ(키-)의 발음에 대하여

 

고대 헬라어 알파벳 χ(키-)의 발음에 대하여

 

1) 알파벳 χ(키-)의 발음

Χ, χ  : 키~(χῖ) chi ; ch(ㅋ), k-h

고전 그리스어 알파벳 χ의 발음은, 목안쪽에서 입천장 부위로 바람을 터트리면서 내는 ‘k-h(크)’음이다. 기식음이므로 h(ㅎ)음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어의 격음 '크'음과 거의 같은 소리이다. 고전 그리스어 χ(크)음은 구개음에 해당한다. χ음은 역사적 변천을 거친 후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흐'음으로 바뀌었다.

영어는 p, t, k의 발음이 기본적으로 기식음(격음)이고, 격음과 경음을 구별하지 않으므로, χ(ㅋ)음을 k(ㄲ)음과 구별하기 위하여 '흐'로 발음하는 사람들도 있다. 

혀짧은 선생님이 '바담풍'한다고 해서 혀가 멀쩡한 우리가 '바담풍'이라고 할 이유는 없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고전 그리스어와 한국어에서는 '끄'와 '크'음이 분명하게 구별이 된다. 한국어로 '깔'과 '칼'은 다른 말이다. 고대 그리스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자꾸 '칼'을 '깔'이라고 하면 이상하지 않는가? 습관과 관행과 사대주의가 진실을 압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 ​χ에 대한 설명

(1) 옥스포드 대학교 출판 고전 그리스어 문법

The Oxford Grammar of Classical Greek - James Morwood(2001) 2쪽

"χ는 kill(킬)에서 k에 해당하는 음이며, 강조해서 발음한다. 나중에는 스코틀란드어 loch(로흐)에서 ch에 해당하는 음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강조해서 발음하라고 하는 것은 영어는 기본적으로 k음이 기식음이기 때문에 나온 고육책이다. 사실 영어에서는 χ(크)음과 k(끄)음이 구별이 안된다. 모두 '크'음이다. 한국어 입장에서 보면 '크'를 '끄'로 발음하지 말라는 것을 저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2) 케임브리지 대학교 고전 그리스어 교재의 설명

Reading Greek Grammar and Exercises - Joint Association of Classical Teachers(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7)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재에는 "χ는 cool(쿨)에서 c에 해당하는 음이며, 바람소리를 강하게 내는 소리이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바람소리를 강하게 낸다(blow a hard)는 의미는 top-hole에서 p-h 부분의 음과 같이 h음을 충분히 내라는 의미라고 한다. 

(3) 예일 대학교 고전 그리스어 교재의 설명

Learn to Read Greek- Andrew keller, Stephanie russell(Yale University Press, 2012)

예일대 교재에서는 "χ음은 cat(캩)에서 c에 해당하는 음이거나 loch(로흐)에서 ch에 해당하는 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영어의 c나 k음은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 등 로망스계 언어와 달리 기본적으로 기식음이라는 설명이 예일대 고전어 교재에 나온다.

(4) 해켓출판사의 고대 그리스어 교재의 설명

An Introduction to Ancient Greek, A Literary Approach - C.A.E. Luschnig(Hackett 2007)

이 교재에서는 φ, χ, χ 등 3개의 기식음은 π, τ, κ에 h 음을 더한 소리라고 하면서, "χ음은 block-head(블랔헤드)에서 kh 음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영어는 k음은 기식음이라서  χ음에 가깝다. 손을 입 앞에 대고 cat( 캩)을 발음해 보면 바람을 확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scat(스꺁)을 발음하면서 입 앞에 손을 대보면  바람이 덜 느껴진다. 격음과 경음을 구별하지 않을 뿐이지 엄밀히 따지면 영어에도 격음과 경음이 있다는 것이다.


(원문) The three aspirates, φ, χ, χ, are equivalent to the three unvoiced mutes π, τ, κ plus the h sound.
χ like kh in block-head.  

앞의 우격다짐식 발음 방법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mother에서 o발음과 '어' 발음을 구별하지 못하듯이 그들도 '뜨'와 '트'를 잘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 올바른 발음을 설명하면서 실제로 그들이 읽는 소리를 들어보면 우리 귀에는 구별 못하는 것으로 들릴 때가 있다.

 

(5) 포커스(Focus) 출판사 그리스어 교재에 나온 설명

 

Introduction to Greek - C. W. Shelmerdine(Focus, 2008)

이 교재에서는 "χ음은 backhand(뱈핸드)에서 kh (ch)음에 속한다." 라고 설명이 되어있다. 

 

3) χ음의 변천 과정

(1) 기원전 6세기 ~ 기원전 4세기 : 크[kʰ] 
입천장으로 잠시 멈췄던 바람이 터져 나오면서 내는 파열음(구개음)이다. 

(2) 기원전 3세기 ~ 기원후 4세기 : [kʰ~cʰ] '크'와 대동소이한 소리.

(3) 5세기 ~ 9세기 : [kʰ~cʰ]  

(4) 10세기 ~ 현대 그리스어 : 흐 [x~ç] '가래 뱉는 소리'

* 기원전 5세기는 고전 그리스어 시대이며, 기원전 3-2세기 사이에 70인역 구약성경인 셉투아긴타가 번역되었고, 서기 1세기에 신약성경이 쓰여졌다.


Ranieri's Greek Pronunciation Chronology를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이 자료는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정리했다는 측면에서 유용하지만, 여기에 나온 내용이 모두 옳거나 절대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고전 그리스어 발음을 이해햐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자료이다.

라니에리(Ranieri)가 이 표를 작성하면서 주로 참고한 자료는 다음 4가지라고 한다.

ⓛVox Graeca by W. Sydney Allen, 
②Greek Language History by Horrock, 
③Koine Greek phonology Wikipedia page 
④Mediaeval Greek phonology Wikipedia page


(4) 윅션너리(wiktionary) χ 발음의 변천 분류

ⓛ 기원전 5세기 - 기원후 3세기 : [kʰ] 크
② 기원후 4세기 - 기원후 15세기 : [x] 흐

③ 사례
χορηγός,  χορηγοῦ, ὁ  합창단의 리더, 밴드의 선두, 후원자
어원 : χορός (코러스) +‎ ἄγω (이끌다)
 
(5th BCE Attic) IPA(key): /kʰo.rɛː.ɡós/ 코레-고스
(1st CE Egyptian) IPA(key): /kʰo.re̝ˈɡos/ 코레고스 
(4th CE Koine) IPA(key): /xo.riˈɣos/ 호리고스 
(10th CE Byzantine) IPA(key): /xo.riˈɣos/ 호리고스 
(15th CE Constantinopolitan) IPA(key): /xo.riˈɣos/ 호리고스 

(5) 경음 위주의 소리를 내는 언어권, 격음 위주의 소리르 내는 언어권, 그리고 격음과 경음을 다 사용하는 언어권

고대 그리스어, 중국어, 한국어 등은 평음, 경음, 격음이 풍부하게 존재하고 이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반면 라틴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은 경음 위주의 소리를 내며 격음은 드물다. 영어나 독일어 등은 격음 위주의 소리를 내며 경음은 스스로도 거의 의식을 못한다.

그리스어 발음의 변천 과정을 보면, 이들 여러 토착어를 가진 사람들이 공통어 그리스어(코이네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이들 음을 서로 구별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 그리스어 드 뜨 트(치경음)를 발음할 때, 경음이 없는 언어권 출신들은 뜨를 소리내지 못하여 드 트 쓰[θ]로 구별을 시도하였을 것이고, 

ⓑ 브 쁘 프(양순음)를 구별하기 위하여 브 프 프[f]로 발음하려고 하였을 것이며, 

ⓒ 그 끄 크(구개음)를 구별하기 위하여 그 크 흐[x]로 발음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흐[h]와 흐[x]의 차이는 흐[x]는 크흐[kʰ]를 좀 더 강하게 발음하는 '가래 뱉는 소리'이다. 프[f]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대면서 내는 소리(이 과정에서 양순음이 치순음으로 바뀌어 버림)이며, 쓰[θ]는 두 치아 사이에 혀끝을 대고 바람을 내뿜을 때 나는 소리(이 과정에서 치경음이 치음으로 바뀌어 버림)이다.

양순음 - 두 입술 사이로 내는 소리
치순음 - 윗치아를 아랫입술에 대고 내는 소리
치경음 - 혀끝을 윗 잇몸에 대면서 내는 소리
치음 - 양 치아에 혀를 대고 내는 소리
구개음 - 바람을 입천장에 부딪혀서 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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